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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AI

💾 Proxmox 설치 — 마법사가 내 선택을 이해했는지는 끝난 뒤에야 압니다

SSD 두 장을 미러로 묶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한 장만 죽어도 전부 잃는 구성이었어요. Proxmox가 무엇인지부터, 설치 후 반드시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것까지 정리했습니다.

2026년 8월 11일

집에 있는 서버 한 대에 여러 역할을 얹으려면 가상화가 필요합니다. 저는 Proxmox를 골랐고, 설치는 20분 만에 끝났어요. 그런데 설치가 끝난 뒤 상태를 확인해보니 제가 고른 것과 다른 구성으로 깔려 있었습니다. 디스크 한 장만 죽어도 전부 잃는 상태였어요.

Proxmox가 하는 일

간단히 말하면 한 대의 컴퓨터를 여러 대처럼 쓰게 해주는 운영체제입니다. 데비안 리눅스를 기반으로 하고, 가상머신을 돌리는 방식과 컨테이너를 돌리는 방식 두 가지를 함께 제공해요 (출처: Proxmox VE 공식 문서 — Introduction).

둘의 차이는 무게입니다. 가상머신은 게스트가 자기 운영체제를 통째로 갖습니다. 무겁지만 완전히 분리되고, 하드웨어를 통째로 넘겨줄 수도 있어요. 컨테이너는 호스트의 커널을 나눠 씁니다. 가볍고 빠르게 뜨지만 분리 수준은 덜합니다.

집 서버에서는 이 구분이 실용적으로 쓰입니다. 나스처럼 하드디스크를 직접 잡아야 하는 건 가상머신으로, 미디어 서버처럼 가벼운 건 컨테이너로 올리는 식이죠. 관리는 웹 브라우저로 합니다. 명령줄이 익숙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작업이 화면에서 됩니다.

설치는 이 순서로 진행됩니다

나중에 제가 다시 볼 일이 있을 것 같아 순서와 링크를 적어둡니다.

1. 설치 이미지 내려받기ISO 다운로드 페이지에서 최신 버전을 받습니다. 2GB가 채 안 됩니다.

2. USB에 굽기 — 윈도우에서는 Rufus 같은 도구를, 리눅스나 맥에서는 dd 명령을 씁니다. 방법별 안내는 설치 매체 준비 문서에 정리돼 있어요. USB는 2GB 이상이면 되고, 안에 있던 내용은 전부 지워집니다.

3. USB로 부팅해서 마법사 진행 — 여기서 고르는 것들입니다.

  • 설치할 디스크와 파일 시스템 (이 화면이 중요합니다. 아래에서 다시 이야기합니다)
  • 위치와 시간대, 키보드 배열 — 위치는 업데이트 받을 서버를 고르는 데 쓰입니다
  • 관리자(root) 비밀번호와 이메일 주소 — 비밀번호는 최소 8자입니다
  • 네트워크 주소 — 나중에 웹으로 접속할 주소라, 공유기에서 고정해두는 편이 편합니다

4. 재부팅 후 브라우저로 접속https://설정한주소:8006으로 들어가면 관리 화면이 뜹니다. 인증서 경고가 나오는데 자체 서명 인증서라 그렇습니다.

화면별 설명이 더 필요하면 공식 설치 문서에 항목마다 무엇을 뜻하는지 나와 있습니다.

한 가지 경고를 옮겨 적습니다. Proxmox는 기존 운영체제 위에 얹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컴퓨터 전체를 차지하는 운영체제입니다. 설치 대상으로 고른 디스크의 기존 데이터는 지워져요. 다른 용도로 쓰던 컴퓨터에 깔 거라면 여기서 한 번 멈추고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설치에서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은 하나입니다

설치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위 순서대로 하면 20분이면 끝나요. 언어, 시간대, 관리자 비밀번호, 네트워크 주소. 이런 것들은 나중에 다 바꿀 수 있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건 디스크 구성입니다. 어떤 디스크를 쓸지, 어떤 파일 시스템으로 할지, 여러 장을 어떻게 묶을지. 여기서 잘못 고르면 나중에 바꾸는 방법이 재설치밖에 없어요.

저는 SSD 두 장을 ZFS로 묶기로 했습니다. 한 장이 죽어도 나머지 한 장으로 계속 돌아가는 미러 구성을 원했어요. 서버가 멈추면 그 위에 올린 게스트가 전부 멈추니까, 여기만큼은 여유를 두고 싶었습니다.

설치 화면에서 그렇게 골랐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러로 묶은 줄 알았는데 mirror-0이 없었습니다

설치가 끝나고 확인차 상태를 봤습니다.

zpool status

돌아온 결과가 이랬어요.

NAME        STATE
rpool       ONLINE
  sda3      ONLINE
  sdb3      ONLINE

디스크 두 개가 그냥 나란히 나열돼 있습니다. 미러였다면 이렇게 나와야 했어요.

NAME          STATE
rpool         ONLINE
  mirror-0    ONLINE
    sda3      ONLINE
    sdb3      ONLINE

mirror-0이라는 줄이 있고 그 아래에 두 디스크가 들어가 있어야 미러입니다. 제 것은 그 줄이 없었어요. 미러가 아니라 스트라이프였습니다. 두 장을 하나처럼 이어 붙인 구성이라 용량은 두 배지만, 한 장이 죽으면 전부 잃습니다. 안전하게 하려던 선택이 정반대 결과를 만든 거예요.

다행히 데이터가 하나도 쌓이기 전이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다시 깔았어요. 재설치는 20분이면 되니까요.

다시 까는 결정은 빠를수록 쌉니다. 게스트를 올리고 데이터를 넣고 설정을 잡은 뒤에 같은 사실을 알았다면 훨씬 곤란했을 겁니다. 설치 직후 30초짜리 확인 한 번이 그 차이를 만들었어요.

설치가 끝나면 이것부터 봅니다

재설치 후에는 mirror-0을 눈으로 확인하고 넘어갔습니다. 함께 해둔 것 두 가지도 적어둘게요.

메모리 캐시 제한. ZFS는 남는 메모리를 캐시로 넉넉히 가져갑니다.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닌데, 게스트에 줄 메모리까지 먹으면 곤란해집니다. 그래서 상한을 정해뒀습니다.

echo "options zfs zfs_arc_max=4294967296" > /etc/modprobe.d/zfs.conf
update-initramfs -u

여기서 실수하기 쉬운 게 있습니다. options zfs_arc_max=...라고 쓰면 안 됩니다. 모듈 이름인 zfs가 먼저 와야 해요. 이 한 칸을 빼먹으면 설정이 조용히 무시됩니다.

설정 작업은 웹 콘솔 말고 SSH로. Proxmox 웹 화면에도 터미널이 있는데, 긴 명령을 붙여넣으면 ^[[200~ 같은 문자가 섞여 들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붙여넣기를 처리하는 방식 차이 때문인데, 명령이 이상하게 실패하면 원인 찾기가 번거로워요. 처음부터 SSH로 붙는 편이 낫습니다.

정리

Proxmox 설치에서 진짜 중요한 건 설치 과정이 아니라 설치가 끝난 직후의 30초였습니다. 마법사가 내 선택을 이해했는지는 그때만 확인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규칙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설정을 했으면, 그게 실제로 그렇게 됐는지 보는 명령을 하나 알아두고 반드시 눈으로 확인하는 것. ZFS는 zpool status 한 줄이면 됩니다.

설치 화면에서 무엇을 골랐는지는 기억에 남지만, 시스템이 그걸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확인해야만 알 수 있습니다. 저는 그 둘이 다를 수 있다는 걸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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