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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AI

🔧 부저음 다섯 번, 화면은 안 나오고 — BIOS를 한꺼번에 바꾼 대가

가상화에 필요한 BIOS 항목을 한 번에 다 바꾸고 재부팅했더니 화면이 죽었습니다. 두 번째 시도에서는 부저음마저 사라졌어요.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과 제가 틀린 지점을 정리했습니다.

2026년 8월 12일

서버를 조립하고 나면 BIOS에서 바꿔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가상화 기능을 켜고, 큰 메모리를 가진 카드를 인식시키고, 부팅 방식을 정리하는 항목들이요. 목록을 만들어두고 한 번에 다 바꿨습니다. 저장하고 재부팅했더니 부저음이 다섯 번 울리고 화면이 안 나왔어요. 다시 시도했더니 이번엔 부저음마저 없었습니다.

화면이 죽으면 되돌릴 방법도 같이 사라집니다

BIOS 설정은 되돌리기 어려운 축에 듭니다. 파일을 잘못 고치면 편집기를 열어 되돌리면 되지만, 여기서 잘못되면 되돌리는 데 필요한 화면 자체가 안 나와요. 무엇을 잘못했는지 볼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손으로 더듬어야 합니다.

그래서 여기는 한 번에 하나씩 바꿔야 하는 곳입니다. 뻔한 말인데, 항목이 네 개쯤 되고 전부 “가상화에 필요하다”고 적혀 있으면 한꺼번에 바꾸고 싶어집니다. 저도 그랬어요.

제가 바꾼 건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Intel VT-x / VT-d          Enabled     가상화와 패스스루의 전제
Above 4G Decoding          Enabled     메모리 큰 카드 인식에 필요
CSM                        Disabled    부팅 방식 정리
Primary Graphics Adapter   Onboard     내장 그래픽 우선

증상이 나빠지는 방향도 정보입니다

첫 시도에서 부저음 다섯 번. 두 번째 시도에서는 부저음도 화면도 없었습니다. 더 나빠진 거죠.

여기서 하나 알아둘 게 있습니다. 부저음은 보드가 “여기까지는 왔다”고 알려주는 신호입니다. 횟수가 뜻하는 바는 제조사마다 다른데, 대체로 프로세서나 그래픽 초기화 실패를 가리켜요. 소리가 난다는 건 자체 점검이 어느 단계까지는 진행됐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소리마저 사라진 건 더 앞 단계에서 멈췄다는 신호였습니다. 나쁜 소식이지만 쓸모 있는 정보였어요. 문제가 그래픽 쪽이 아니라 더 근본적인 곳에 있다는 방향을 알려줬으니까요.

세 묶음으로 나눠 범인을 찾았습니다

먼저 CMOS를 클리어해서 설정을 공장 초기 상태로 되돌렸습니다. 메인보드의 점퍼를 옮기거나 배터리를 잠시 빼는 방식인데, 케이스를 다 조립한 뒤에 이 점퍼를 찾는 일이 생각보다 고통스럽습니다. 조립 전에 위치를 사진으로 찍어두시길 권합니다.

그다음은 하나씩 되돌아가는 과정이었어요. 네 항목을 한 번에 하나씩 켜보면 확실하지만 재부팅을 네 번 해야 합니다. 서버는 부팅이 느려서 한 번 돌리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려요. 그래서 세 묶음으로 나눠 적용했습니다. 문제가 있는 묶음을 찾고, 그 안에서 다시 좁히는 식으로요.

이 방식이 통하려면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한 번에 바꾼 것들을 정확히 기록해두는 것. 화면이 안 나오는 상태에서는 무엇을 켜뒀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종이에든 휴대폰에든 적어가며 해야 합니다. 저는 처음에 이걸 안 해서 두 번째 시도에서 상태가 더 나빠졌을 때 무엇이 달랐는지도 몰랐어요.

범인은 제가 의심하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Above 4G Decoding을 의심했습니다. 가장 낯선 이름이었고, 큰 메모리를 가진 카드와 관련된 항목이라 뭔가 문제를 일으킬 것 같았거든요.

아니었습니다. 범인은 CSM을 끈 것이었어요.

CSM은 UEFI가 구형 부팅 방식을 흉내 내주는 기능입니다. 이걸 끄면 UEFI 방식만 남는데, 그래픽 카드가 UEFI용 화면 출력 기능을 갖고 있지 않으면 화면이 아예 안 나옵니다. 제가 꽂은 카드는 원래 디스플레이 출력이 없는 연산 전용 카드라 이 조합에서 특히 취약했어요.

최종적으로 통한 설정은 이랬습니다.

CSM                          Enabled     끄지 않는다
Launch Storage OpROM Policy  UEFI only   대신 이걸 UEFI로

CSM은 켜두고, 정말 필요한 부분만 UEFI 방식으로 지정하는 겁니다. 참고로 메인보드는 ASRock B360M Pro4였고, 항목 이름은 제조사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의심 순위를 잘못 잡았습니다

여기서 제가 틀린 지점이 분명해졌습니다. 저는 가장 낯선 항목을 의심했는데, 의심해야 할 건 가장 근본적인 동작을 건드리는 항목이었어요.

Above 4G Decoding은 특정 장치를 어떻게 인식할지에 관한 설정입니다. 틀리면 그 장치가 안 보이겠죠. 반면 CSM은 컴퓨터가 부팅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스위치입니다. 영향 범위가 비교할 수 없이 넓어요.

낯선 것보다 넓은 것을 먼저 의심해야 합니다. 이름이 생소하다고 위험한 게 아니라, 건드리는 층이 낮을수록 위험합니다.

정리

세 줄로 남습니다.

BIOS는 한 번에 하나씩 바꿉니다. 열 개를 바꾸고 부팅이 막히면 범인 찾는 시간이 열 배가 아니라 그 이상이 됩니다. CMOS 클리어 위치는 케이스를 닫기 전에 사진으로 찍어둡니다. 그리고 무언가 안 될 때는 낯선 설정이 아니라 가장 근본을 건드리는 설정부터 의심합니다.

여기까지 통과하고 나면 그다음은 Proxmox 설치입니다. 거기서도 비슷한 걸 또 배웠어요.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은 하고 나서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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